그 남자의 하루는 길었다.
푸르스름한 신새벽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까만 밤까지. 숙소에서 출발해 돌아오기까지 14시간. 온전히 야구를 위해 쏟아부은 하루 일과다.
불만? 0.1%도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기적같은 일이라는 걸 안다. 화려한 '스타'였던 시절은 이미 지웠다. 다만, 얼마남지 않은 현역을 부끄럽지 않게 보내기 위해 땀을 흘릴 뿐.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 한화 이글스 최고참 포수 조인성의 길었던 하루를 소개한다. '40대 현역'의 각오가 곳곳에 묻어난다. 한화 선수들이 '평범한' 지옥캠프를 견뎌내는 과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a.m.6시20분 : 아내의 홍초로 여는 아침
"때르르릉~"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야지.' 하지만 좁은 싱글침대는 마치 스펀지처럼 몸을 빨아들이는 듯 하다. 꼬임에 넘어가면 안된다. 오늘(21일)은 '얼리워크'가 있는 날. 7시20분에 출발하려면 여유부릴 시간이 없다.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침대 끝에 앉아 '홍초물'부터 마신다. 일어나자마자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아내가 추천한 음료. 이제는 물 한잔이라도 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 새삼 40대의 무게를 느낀다.
다.
▶a.m. 7시20분 : 출발, 아침 공기를 가르다
기상 후 숙소 호텔 9층의 미니 사우나에 가는 건 고치 캠프에서 생긴 습관이다. 몸도 풀리고, 체중도 매일 체크할 수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10㎏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몸이 가벼워진 게 느껴진다. 하지만 멀었다. '15년 전'의 몸으로 만드는게 최종 목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서둘러 아침 식사 후 버스에 오른다. 호텔 밖으로 나서니 아직 동이 덜 텄다.
▶~p.m. 12시30분 : 특타+오전훈련
예전 다른 팀에서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난 철이 덜 들어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처절하게 운동을 해야하는 건지. 그저 시키니까 했다. 이제는 어렴풋이 느낀다. 살아남아서 남을 이기기 위한 준비가 어떤건지. 그런 마음을 갖게되면 더 신중해진다. 스트레칭도 정성껏해야만 다치지 않는다. 어린 후배들과 내가 다를 바 없다. 이른 아침부터 똑같이 공을 옮기고 배트를 돌린다. 그런건 여기서 당연한 거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좀 덜 불었으면 좋겠다. 춥다. 마흔이 되니 부쩍 더 춥다.
▶p.m. 12시40분 : 도시락, 안먹어봤으면 말을 말라
어느 새 점심시간. 올해 캠프는 다 이런 식이다. 쉴 새 없이 훈련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좀 전에 호텔을 나온 것 같은데, 벌서 반나절이 지났다니.
점심은 늘 그렇듯 호텔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과 '우동'이다. 요즘 우리팀 점심 시간과 메뉴에 대해 관심들이 많은가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크게 어색하지 않다. 워낙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훈련 스케줄이라 중간에 틈이 날때 빨리 먹어야 한다. 그럴때는 도시락이 최고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깔끔하다. 순서 기다리지 않고, 누구든 빨리 받아 먹으면 끝. 그만큼 훈련 시간을 벌 수 있다. 부족하면 저녁때 호텔에 차려진 뷔페를 먹으면 그만. 초라하다고?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
▶p.m. 1시~p.m 5시:오후 훈련, 논스톱 전력질주
짧은 점심을 먹는 이유.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다. 오후 훈련은 정말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오늘은 주로 배팅 연습. 후배 포수들은 포구 훈련도 같이 병행하지만, 나는 약간의 배려를 받는다. 수비나 러닝보다 타격 위주의 훈련만 받았다. 티 배팅, 팀 배팅, 피칭 머신 타격, 배팅볼 타격, 번트 연습. 타격 메뉴들만 해도 오후 시간이 꽉 찬다. 타석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사이 몸에는 열기가 올라온다. 기분 좋은 뜨거움이다. 이렇게 휘두르는 스윙 하나하나가 시즌의 안타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그렇게 믿어야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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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사진이 없다보니...이해를 해주세요ㅎ
원문은 아래에서...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id=201501240100285020017852&ServiceDate=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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