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트럭에 새 배기가스 기준을 발효·적용하면
한국은 통상 2~3년 뒤 국산과 수입산 트럭에 적용
유럽은 '유로6E' 시행 3년차... 국내 도입은 감감'
수입 업계 "환경부가 자국 기업 위해 도입 미루나"
"선제적 도입에 가격까지 올렸는데, 불공정한 경쟁"
업계 일각에서 현대자동차가 유럽 내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기준인 ‘유로6 스텝(유로6E)’ 기준을 충족하는 트럭 엔진 개발을 생략하고 차기 기준인 ‘유로7’ 엔진 도입으로 직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유로6E 차량의 국내 도입으로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수입 트럭 브랜드들은 환경부에 국내 유로6E 도입에 대해 건의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2023년 9월부터 모든 상용차에 대해 유로6E 기준이 의무 적용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유럽에서 유로 기준이 발효되면 2~3년 시차를 두고 국내에 적용됐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볼보트럭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이베코그룹코리아 등 수입 트럭 브랜드들은 이미 유로6E 충족 모델의 일부를 국내에 출시했지만 차량 가격 인상을 감수해야 했고,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여전히 현재 기준(유로6D)의 차량만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수입 트럭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자국 기업을 위해 새로운 규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이미 유로6E 도입으로 비용 부담을 감수한 수입산 트럭들과의 경쟁 조건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 유로6E 생략하고 ‘유로7’ 직행하나
앞서 현대차 등 국산 트럭 브랜드들도 유로6E 충족 모델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여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차기 기준인 유로7 대응 개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반면에 타타대우는 유로6E가 도입될 경우, 현재처럼 해외에서 개발된 엔진을 당장이라도 도입·적용이 가능한 상태로, 현대차와는 대응방식을 달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대차의 유로6E 대응을 위한 디젤 엔진 개발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해당 규제를 시행 중이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유로6E의 세부 기준과 적용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국산 트럭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화된 유로6E 배출가스 기준에 맞춰 수입 트럭 브랜드들은 새로운 배출가스 저감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CR(선택적 촉매 환원) 시스템을 최적화했으며, 일부 모델은 요소수를 엔진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있다.
유로6C에서 처음 도입된 실도로 주행 시험(RDE)은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로6E에도 적용됐다. 유로6의 최종 단계인 유로6E는 냉간 시동 조건에서의 미세입자(PN) 배출 기준이 더욱 강화되면서, 사실상 유로7을 목전에 둔 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유로6E 기준은 2023년 9월 도입돼 유럽 내 판매 차량에 의무 적용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수입 트럭 업계 “현대차 중심 규제 운영” 불공정 경쟁 지적
이 같은 현대차의 전략 전환이 가능한 배경에는 정부 정책기조가 뒷받침된다는 것이 수입 트럭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수입 트럭 업계는 이미 유로6E 도입으로 차량 가격 상승을 감수했음에도 국산 트럭들이 여전히 유로6D 기준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불공정 경쟁을 지적하고 있다.
한 트럭 업계 관계자는 “수입 트럭 브랜드들이 환경부에 ‘유로6E’ 도입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현대차의 입장을 의식한 듯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배출가스 규제 뿐만 아니라 안전 기준, 차체 규격 등 다양한 상용차 관련 규제에서도 정부는 현대차에 편의를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상용차 법규는 대체로 국산 트럭에 맞게 설정되는 경향이 있어, 수입 트럭 브랜드 입장에서는 추가 규제 대응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기술 발전을 유도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을 의식해 도입 여부나 시기가 결정된다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입산의 선제 투자 vs 국산의 관망…“경쟁 조건 불공정”
수입 트럭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는데, 국산 트럭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 덕분에 그런 부담 없이 경쟁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경쟁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로6E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수입 트럭 브랜드들은 차량 가격 인상 등의 리스크를 감안하고 도입을 진행해 왔다. 볼보트럭은 2022년 9월, 국내 최초로 유로6E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을 선보였으며, 이를 위해 SCR 시스템 개선 및 구동계 성능 강화 등 전반적인 차량 개선을 단행했다.
뒤이어 다임러트럭과 스카니아 등 수입 트럭 브랜드도 차량의 효율성을 높여 유로6E 기준을 충족한 모델을 국내에 잇달아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고 그 부담은 브랜드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전가됐다.
반면, 국산 트럭 브랜드의 대표 현대차는 아직 유로6E를 충족하는 차량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도입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산 트럭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기존 기준의 차량을 계속 판매하고 있어 수입 트럭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더딘 기준 확정…국산 트럭 발전 속도 저해 우려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해외 시장을 위한 수소트럭 개발 등 미래 기술에 집중하고, 국내 상용차 시장은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국산 트럭의 전반적인 상품성은 수입트럭 대비 눈에 띄게 약화된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는 유럽이 시행하면 2~3년 뒤에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해왔다.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 여건을 고려한 점도 있겠지만, 이를 이용해 완성차 브랜드가 기존 규제를 생략하고 차기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입 트럭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의 불합리성으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과 환경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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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기자 junnypark@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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