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쓸어버리는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썩지 않는 쓰레기가 없던 옛날에는 ‘쓰레기통’도 없었습니다. 쓸어서 마당 한구석에 모아 두면 썩어서 흙이 되거나 퇴비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록상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때는 1906년이었는데, ‘집 밖에 내놓은 분뇨통’과 같은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썩지 않는 ‘쓰레기’가 늘어났습니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앞두고 일제 경찰은 조선인 가가호호로 다니며 대문 밖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작은 집들은 ‘공동 쓰레기통’이라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가난한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쓰레기통’에서 건진 음식 찌꺼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사망하는 아이도 종종 생겼습니다. 각 집의 대문 밖에 있던 ‘쓰레기통’들은 아파트가 늘어나고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급속히 모습을 감췄습니다. <잡동산이 현대사> ‘쓰레기’ 항목 참고.
‘쓸모없는 인간’ 또는 ‘버리는 게 마땅한 인간’이라는 뜻의 ‘인간 쓰레기’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아마도 ‘쓰레기통’ 보다는 나중에 생겼을 겁니다. 수십 년간 몸과 마음을 담았던 곳에서 버려진 뒤 자기 정체성과 다른 존재가 되어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인간’이 더러 보입니다. 요즘엔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쓰레기라고 합니다. 신념과 지조가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기 쉽습니다.
존경하는 전우용교수님 페북 퍼왔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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