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닌 학교가 청와대 옆에 있었는데
진명, 숙명, 풍문, 덕성여고 등등의 여학생들도 59번, 60번 버스를 타고 같이 등교를 하였습니다.
지금이야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50여년 전에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야만 했습니다.
반찬은 거의 매일 달랑 김치 하나뿐이었고 그건 작은 맥스웰하우스병에 넣어서 갖고 다녔지요.
어느 날 등교를 하면서 자리에 앉아 다른 학생의 가방을 받아 무릎에 놓고 졸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또르르 병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버스 바닥에 김치병에 굴러다니는 겁니다.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김치병을 들어 가방 속에 넣었는데
앞에 서있는 여학생이 저를 바라보니 더더욱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웬걸 2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과 반찬을 꺼냈는데 세상에 김치병이 2개가 있습니다.
아까 저를 바라본 여학생이 왜 바라보았는지 이제야 알겠더군요.
저는 반찬이 김치 2병이나 되지만 그 여학생은 맨밥을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베스트에 있는 어느 상남자 스님의 김치국물에 관한 글을 읽고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라서 올려봅니다.
저는 반찬을 가져가도 맨밥을 자주 먹었어요
제 반찬이 맛있다며 친구들이 빠른 속도로 ㅜㅜ
난 애들이 도시락 싸줬는데
그 여학생이랑 미팅을 하셨어야죠 ㅎㅎ
풍문여고는 '풍만'여고라고 불렀고 5대 극성중의 하나라는 덕성은 야간도 있었지요. 덕성 애들이 바로 위에 있는 경기남고 애들을 놀리는걸 몇번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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