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마저 덜 팔려"?편의점에 무슨 일이?
입력2025.07.01. 오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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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로 '불패신화' 수식어까지 붙었지만, 올해 들어 역성장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 전환인지 논란이 이는 가운데 과포화 점포의 정리를 통한 성장 모멘텀을 재건할 기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1일 통계청 '편의점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전체 카테고리에서 음료 등 가공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분기 이후 모든 분기에서 전체 품목이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잡화 품목(-0.1%)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담배 매출이다. 지난 1분기 0.1% 감소했는데,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2분기 이후 분기 기준 첫 마이너스다. 월별로 봐도 지난 2월 2.6%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도 0.2% 줄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담배 소비 자체가 줄었고, 전자담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편의점 담배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데다, 미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단기간 추위와 더위가 연이은 변화무쌍한 날씨에 주말에는 비가 잦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초저가' 상품이 아니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편의점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출 흐름이 소폭 개선됐으나 시장 기대보다는 부진한 상황"이라며 "비오후적인 날씨와 점포 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소매산업 내 편의점 채널의 점유율 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패션 상품을 집어 들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편의점 매출 하락은 점포 수 감소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판단한 각 사는 부진 점포의 문을 닫고, 신규 출점도 자제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편의점 상위 3사(CU·GS25·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4만8315개로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업계에서는 성수기로 분류되는 여름철을 시작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저가 콘셉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앞세우고, 패션·뷰티 등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상품들도 매대에 올리면서다.
매출 자체는 줄었지만, 점포 효율화·상품 영역 확대 등을 통해 재건을 위한 성과가 나타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 5월만 보면 편의점 전체 점포 수와 매출은 줄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0.5% 늘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지정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은 당시 직영점을 제외한 가맹점(매출액 30억원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전체 지원금 중 약 5~6%가 편의점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이 사용처에 포함되면 담배 보루 단위 수요 증가 등 비필수재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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