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이나 봅니다"?대출 틀어막자 적막해진 시장 [현장]
입력2025.07.01. 오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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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3시 무렵 무더운 날씨에도 노원구 중계동과 상계동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은데 비해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한산하기만 했다. 평일 낮 시간이라 해도 문의 전화가 이어지긴 보단 그저 사무실을 지키는 중개업소들이 많은 편이었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게임3가 반갑다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는 6·2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수혜지역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로 주택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실수요자 중심의 지역들은 조용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섞여있는 재건축 단지들의 기대감은 뚝 떨어진 분위기다.
당국은 지난달 27일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전입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 당장 대책 발표 다음날인 28일부터 시행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하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담았다.
그동안 매수세가 쏠렸던 강남권과 마포·성동구 등 선호지역들은 발목이 잡히는 데 비해 노도강 3구(노원·도봉·강북구)와 금천·관악·구로구 등지로 주택 매수세가 옮겨 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들 지역은 현재 시세 기준으로 6억원 한도 규정을 넘지 않고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계동 현지 시장에서는 사실상 지난 주말 사이 문의전화가 늘기는커녕 조용하기만 한 상황으로 읽혀진다. 중계동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은 있는데 대책 발표 직후라서 그런지 아직 문의전화는 없다"고 말했다.
청구3차아파트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현재 11억~13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전용 84㎡가 13억원(8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월 같은 주택형이 11억5300만원(5층), 12억8500만원(4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소폭 상승 조정된 수준이다.
중계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도 "중계동 학원가 인근 단지들은 학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6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서 접근하는 매수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 방안 발표 이후 문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계동 학원가인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청구3차, 건영3차, 동진신안, 중계주공5단지 등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학군수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역이다. 대개 1990년대 준공한 단지들로 입주 30년은 넘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
중계동 전체적으로 봐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이 꽤 많지만 지난해 말 중계동의 중계그린 아파트가 중계동에서 처음으로 자문방식의 신속통합기획 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 왕십리역에서 미아사거리, 은행사거리역, 상계역을 잇는 경전철 동북선이 개통 예정으로 개통일은 오는 2026년 7월에서 2027년 11월로, 1년 4개월 미뤄진 상태다.
지난달 30일 오후 찾아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6단지 전경 2025.06.30 [사진=이효정 기자 ]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지나가는 상계동 중심의 재건축 단지는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계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길게 보면 이번 대책이 전체적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자들이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냐는 심리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노후화되고 10평대 작은 주택형만 있는 재건축 단지들은 매수자들이 대부분 투자수요인데, 전입신고가 강화되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대책 발표 이후 조용해졌다"며 "실수요라고 해도 이번 대책으로 신혼부부 등을 위한 정책 대출한도도 10% 줄어 종전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재건축 단지들이 급매를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대책 발표로 (매수자와 매도자가) 시장의 변화를 보려고 눈치를 보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노원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상계주공6단지와 상계주공3단지가 나란히 서 있고, 역 맞은편에 상계주공7단지가 위치해 있다. 1980년에 입주한 이들 단지는 대부분 20평대 이하의 중소 주택형으로 조성돼 있다. 3단지와 7단지에는 30대 주택형이 있지만 20평대 이하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상계주공3단지와 상계주공6단지 아파트는 신통기획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계주공6단지 뒷쪽에 있는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가 유찰되며 재건축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상계주공3단지에서 가장 가구수가 많은 전용면적 58㎡는 지난달 23일 6억5700만원(2층)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월 같은 주택형이 6억6400만원(11층)에 거래된 것으로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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