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이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 정치의 날개 없는 추락이 그 원인이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애써 쌓아올린 이 나라의 민주주의릍 사정없이 짓밟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국민들의 깨달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이 국민에게 나아가 국가와 민족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다시 돌아온 독재의 시절이라고 말들이 많다.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가 있다. 윤석열을 대통령 민든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사람도 문 대통령이고, 검찰개혁에 노골적으로 저항한 사람을 파면하지 않은 것도 문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너무 신사적으로 적용했다는 데 비난의 초점이 맞춰진다.
지금 윤석열처럼 했어야지... 지난 일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피아를 철저하게 구별하는 것도 윤 정권의 특징이다. 아(我)는 지켜주되 피(彼)는 철저히 배격한다.
여기에 동원되는 것이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이다. 검찰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사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윤 정권을 지탱해주고 있다. 보복이라도 할 양으로 칼춤을 추고 있다. 체면도 없고 염치도 없다.
검경은 권력의 주구(走狗)라는 말을 들어왔다. 검찰 수장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무서울 게 있겠는가. 보란듯이 칼춤을 추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뿌린 씨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렇게 막나가는지 모르겠다.
더 가관인 것은 적폐를 청산하겠단다. ‘적폐 청산’은 전 정권의 트레이드마크 아닌가. 적폐 청산과 적폐 청산의 대결이다. 하지만 단어만 같지 그 결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목표로 하는 지점이 다르다.
문재인 정권은 불의한 기득권 세력을 적폐로 본 반면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ㆍ농민ㆍ빈민 등의 관례적 활동까지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 '검폭'의 대항마로 인식하고 ‘건폭’(?)을 발본색원 하겠다며 위력을 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1야당 대표를 대해 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겠다고 호언한다. 전례가 없는 무지막지한 폭거다. 정치는 실종되고 압수수색(압색)이 판을 치고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이 나라를 온통 뒤덮고 있다.
제1야당 대표를 잡범 다루듯 해 망신 주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데도 야당이 가만히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당도 여기에 버금 가는 수준으로 대항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을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사표를 쓰게 만든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전 정권과 가깝다고 해서 검사들을 내쫓는다. 검찰공화국의 폐해이다.
임은정 검사 같은 경우는 적격심사에서 F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실천해온 대가이다. 검찰이 이성을 상실하고 감정의 정치에 일조할 때 나라는 더 빨리 추락한다.
역사는 지그재그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놀드 토인비는 이것을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고 헤겔은 정반합으로 설명했다. 단재 신채호는 아(我)와 피아(彼我)의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했다. 위안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법칙을 적용할 때 피해가 너무 크다. 국민이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검찰 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극우 언론ㆍ일부 극우 정치인들에 의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박근혜 국정농단을 보고 촛불을 들었다. 결국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고 막무가내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금 상황은 박근혜 때보다 더 엄혹하다. 매 주말 열리는 촛불집회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출처 : 김천일보 http://www.gc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5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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