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은 드론 전쟁의 신기원을 열었다. 비싸야 수백만 원밖에 하지 않는 FPV드론*이 한 발에 수억 원짜리 미사일과 동일한 타격 효과를 거두면서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FPV드론: First Person View, 즉 '1인칭 시점' 드론이라는 뜻으로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직접 보면서 조종하는 드론)
그래서 주요 군사 강국들은 바뀐 전장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고 경쟁적으로 각종 전투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고, 그보다 훨씬 레벨업된 무인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우리도 발빠르게 움직여서 중고도 무인정찰기, 저피탐 무인편대기, 스텔스 무인전투기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 3가지는 무인 전투 공중 운행체(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 UCAV) 범주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무인전투기 체계다.
이중 중고도 무인정찰기가 제일 먼저 개발되었는데 미군이 운용하는 MQ-1 프레데터의 한국형이다. 장시간 공중에 떠서 적지 구석구석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는 미군의 MQ-9 리퍼처럼 천검 미사일을 장착하는 공격형도 개발되고 있다.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4~5대가 KF-21 1대와 편대 비행을 하면서 호위 역할을 하다가 감시정찰, 전자파 교란, 정밀타격 등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다.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KF-21과 유무인 복합체계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그다음은 오늘 MBC가 단독 보도한 다목적 스텔스 무인 전투기 ‘가오리-X’다.
목업을 보면 꼬리날개가 없어서 진짜로 가오리처럼 생겼다. 과거 노스럽그러먼(Northrup Grumman)이 항모 탑재용으로 개발한 무인전투기 X-47B 및 무인 정찰기 RQ-180과 외형이 비슷하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맡을 임무도 대동소이하다.
가오리-X가 스텔스 무인기로 개발되는 이유는 유사시 탐지되지 않고 적 방공망을 뚫고들어가 적의 레이더 기지나 주요 목표물을 선제 타격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국과연(ADD)인데 2016년에 날개 길이 7m인 시제기를 완성했다. 스텔스 체계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만든 첫 스텔스 무인 전투기였다.
이때는 맛보기였고, 실제 기체 수준의 크기로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후속 ‘가오리-X2’다. 후속 기체의 날개 길이는 시제기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 기체 수준으로 크게 만들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스텔스 성능을 테스트해야 한다. 비행기가 레이더에 안 잡히려면 기체의 레이더반사면적(RCS)를 최소화해야 하고, 기체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도료도 바르는 등 다양한 스텔스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스텔스 핵심 기술은 이미 다 개발되어 있다. 이제 실제 기체를 가지고 테스트할 일만 남았다. 이미 이 단계에 와 있는데 올스톱이 되었다. 돈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라면 계속 실 기체를 가지고 테스트해서 2026년에 시제기를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2030년대 초반까지 각종 테스트를 한 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전체적으로 삭감하면서 국방 분야 R&D 예산은 작년 보다 2,600억 원이 깎였다. 특히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미래도전 국방기술 R&D 예산은 1,200억 원이나 삭감되었다. 그 때문에 다목적 스텔스 무인전투기 예산도 홀라당 날아가버렸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는 작년에 약 100억 원, 올해에 80억 원이 들어갔다. 2년치 비용이 2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것을 임기 마칠 때까지 매년 하겠단다.
그 돈을 관련 예산이 부족해서 중단될 위기에 처한 스텔스 전투기 개발 사업에 투입해야 정상이다. 대신 몇 시간 하고 말 보여주기식 행사에 써버렸다. 국방을 최우선에 둔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 정권을 통해 ‘국방과 안보는 보수’라는 신화가 완전히 깨지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 출신 대통령 집권기에 우리의 안보가 훨씬 튼튼했고, 국방은 더 내실을 다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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